크게 작게 인쇄

소상공인 달래기’에 너도나도 수수료 인하 요구…카드사만 죽어날 판

정부가 ‘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서는 사이 너나 할 것 없이 카드수수료 인하 요구가 빗발치면서 카드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당국과 관련업계는 올 연말 적격비용 산출을 통해 적정 수준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로페이 등 카드수수료가 이른바 ‘사회악’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업계 여력이나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쏟아지는 요구와 정책들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편의점도, 음식점도, 고용위기지역 상인들도 "수수료 면제 혹은 인하" 요구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정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통해 카드수수료 인하방안을 발표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번 안에는 영세 중소 온라인 판매업자(3%→1.8~2.3%)와 개인택시 사업자(1.5%→10.%)에 대한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긴 반면 당초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담뱃세의 매출액 제외 요구가 최종안에서 제외되는 등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편의점업계는 전체 매출의 40% 상당을 차지하는 담배값 중 세금이 차지하는 부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세율(73.8%)이 높은 담배 때문에 매출이 높아져 우대수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편의점 업주들의 주장에 따른 조치로, 담뱃세를 제외하면 6억원대였던 연평균 매출이 5억원대로 내려가 우대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점들 역시 가맹점 매출 구분 없이 동일한 카드수수료 적용 혹은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1%대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광화문에서 첫 가두시위에 나선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빈곤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정부 특별기구를 설립하고 가맹점 매출 구분없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1%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수수료 인하 요구 움직임은 업종 뿐만이 아니라 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도 일고 있다. 울산과 전북 군산, 경남 진해·통영·거제 등 전국 조선업 고용위기지역 8개 자치단체 상인들은 지난 27일 ‘고용위기지역 관계자 회의’를 갖고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이날 채택된 건의문 상에도 상권 활성화를 위한 사업비 전액 지원과 함께 고용위기지역에 한해 한시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면제해 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장벽 속 수수료 추가 인하 문제로 귀결…카드업계 “동네북 신세 전락”

한편 카드업계는 이같은 소상공인들의 움직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장 담배세 매출 제외 요구의 경우 비용 문제 및 우대수수료 적용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다 만약 이번 요구가 관철될 경우 담배와 같이 세금 비중이 높은 유류세나 주세 관련 업종에서도 동일한 요구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금을 포함한 결제금액 전체에 대한 서비스 비용으로 발생하는게 카드 수수료인데 세금만 제외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수수료 산정 시 특정품목에 대해서만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를 동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계당국은 올 연말까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통해 매출 산정시 담배세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편의점업계와 외식업계 등은 오는 29일 광화문에서 생존권 보장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한편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부담에 대해 전부 카드 수수료 인하와 직결시키는 방식으로는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생존대책 마련은 커녕 당장 수수료 0% 인사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몰린 카드사 존폐시기만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매년 수 차례씩 소상공인 이슈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우대수수료 구간 확대 및 정률제 적용 등을 통해 사실상 카드수수료 인하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며 "당국에서는 적격비용 산정 등이나 사용자와 정부가 다 같이 부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수수료 산정방식 속에서 이제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카드사들에게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데일리안 = 배근미 기자]
클릭시 새로고침